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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3대 권번에서 울려 퍼진 ‘잡가’, 도시 대중의 노래

  • 한국전통문화콘텐츠정책연구원
  • 2026-01-03 20:2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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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유행의 경계에서 피어난 성악 문화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 초반, 한성의 문화 지형을 이끌었던 3대 권번(대정권번·한성권번·조선권번)은 단순한 기생 교육기관을 넘어 당대 예술과 대중음악의 중심지였다. 이 권번에서 중요하게 전승되고 향유되던 노래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잡가(雜歌)다.

잡가는 문자 그대로 ‘여러 가지 노래’라는 뜻을 지니지만, 음악사적으로는 가곡·가사·시조와 같은 정통 성악과 민요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성악 장르를 의미한다. 주로 서울·경기 지역에서 발달했으며, 긴 사설과 비교적 자유로운 선율, 그리고 극적인 표현이 특징이다.

권번에서 전수된 잡가는 흔히 12잡가로 대표된다. 유산가, 적벽가, 제비가, 소춘향가, 선유가, 집장가 등이 이에 속한다. 이 노래들은 유교적 교훈, 역사적 이야기, 혹은 풍류와 해학을 담아내며, 전문적인 발성과 기교를 요구했다. 때문에 잡가는 아무나 부를 수 있는 민요라기보다는 숙련된 예인(藝人)의 노래로 인식되었다.

특히 대한제국 시기 권번에서의 잡가는 기생 교육의 핵심 교과목 중 하나였다. 기생들은 판소리, 시조창과 함께 잡가를 익히며 연회, 접대, 공연 무대에서 이를 선보였다. 잡가는 판소리처럼 극적이면서도, 가곡보다 대중적이어서 도시 중산층과 신흥 엘리트 계층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음악으로 자리 잡았다.

음악평론가들은 잡가를 두고 “전통 성악이 근대 도시문화와 만나 탄생한 과도기적 장르”라고 평가한다. 실제로 잡가는 이후 유성기 음반을 통해 녹음·유통되며, 근대 대중음악의 토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오늘날 잡가는 국악의 한 갈래로 비교적 낯설게 느껴지지만, 대한제국 3대 권번을 중심으로 한 잡가의 전통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은 단순한 ‘잡다한 노래’가 아니라, 근대 전환기의 도시 감성과 예술적 기교가 집약된 노래였다.

권번의 훈련실에서, 그리고 한성의 연회장과 극장에서 울려 퍼졌던 잡가는 지금도 우리 음악사 속에서 조용히 그 자취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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